남승도는 ‘명승지를 여행하는 놀이판'이라는 뜻으로, 남승도놀이는 전국의 자연과 명승지(이름난 경치), 물산지, 여러 지명 등을 써 놓고 윤목이나 윷가락을 굴려 나오는 끗수나 주사위에 따라 칸을 옮겨가는 여행 놀이다. '남승도'라는 이름을 더 많이 사용하지만 ‘승람도’라고도 부른다. 남승도 놀이를 통해 우리나라 명승고적과 여러 지명을 학습할 수 있으며, 자연스럽게 국토 지리와 풍토·산물 등을 익힐 수 있다.
조선 초기에는 『세종실록지리지』, 『동국여지승람』과 같은 다양한 형태의 전국 단위 규모의 지리 서적들이 많이 발간되었고, 조선 말기에 이르기까지 계속 수정과 보충이 되었다. 당시 양반 계층은 뒤를 이어 태어날 후손들이 이러한 지리에 관련된 서적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고민을 하였다. 그렇게 생각해 낸 것이 지리를 파악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교육용 놀이법인 '남승도놀이'이다. 남승도놀이는 실내 놀이이므로 놀이도구만 준비되면 계절을 막론하고 할 수 있으나 대개 정월에 가장 많이 했다고 전해진다. 놀이를 하는 계층은 중류 가정 이상의 한자를 아는 남자아이 또는 젊은이들이었다. 그리하여 한자를 천여 자 정도 익히게 된 아이들에게는 남승도놀이를 본격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도와 사전에 연습할 수 있는 ‘고을모둠’ 놀이를 먼저 가르쳐 꾸준히 하도록 했고, 그 후 나이가 조금 더 들어 한문 지식이 발전하면 남승도를 꾸준히 할 수 있도록 했다.
놀이를 하기 위해서는 놀이판인 승람도, 윤목 또는 윷, 말 등이 있어야 한다. 사면이 1미터 정도의 크기를 가진 두꺼운 종이에 네모 칸을 200여 개 이상의 칸을 그리고 칸마다 명승지 이름을 적었다. 각각의 명승지에는 도·개·걸·윷·모나 1에서 5 또는 6까지의 숫자를 표기하고, 그 밑에 끗수에 맞춰 움직일 여행지를 적어 놓았다. 놀이판 중앙에 ‘한양’이 있고 그 둘레로 한양에서 가까운 지역부터 전국 팔도의 명승지가 펼쳐진다. 한양에서 출발해서 전국을 한 바퀴 돈 후 먼저 한양으로 돌아오면 승자가 되는 놀이이다. 승람도의 맨 아래쪽에는 놀이의 규칙을 적어두는 칸이 있었다. 함께 놀이를 할 수 있는 인원은 5-6명이며, 출발 전에 시인·한량·미인·승려·어부 중에서 자신의 신분을 정하며, 윤목을 굴려 나오는 숫자만큼 이동한다. 특정한 칸에서는 미리 정한 신분에 따라 특혜나 제약을 받는다.
조국을 사랑하는 선대들이 후손들을 위하여 만들어 전해져 내려온 이 남승도놀이는 일제 강점 이후 일본인들의 방해로 인하여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광복 후 남승도놀이는 그 내용이 시대적으로 더 이상 필요에 의한 놀이가 아니므로 그대로 사용할 수 없었다. 그리하여 소수의 일반인은 남승도놀이를 우리나라의 현실을 반영하여 여러 가지 답사 놀이로 만들어 놀게 되었다. 오늘의 일반인들은 ‘내 나라 돌아보기’라는 남승도놀이의 형식을 계승한 놀이가 보급되고 있다. 현재는 경복궁에서 출발해 전국을 유람한 후 먼저 종묘에 도착하면 이기는 방식이며, 참가자들의 직업은 현대에 맞게 과학자·농부·무용수·시인·요리사·의사로 변경했다. 말판 앞면은 전통 방식대로 네모 칸을 옮겨가며 명승지를 유람하는 형식이고 뒷면은 지도상에 각 명승지의 위치와 특징을 표시해 놀이로 지리 감각을 키울 수 있도록 구성하고, 지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고 문화적 휴식을 보장하는 유익한 오락 수단으로 널리 이용되고 있다.
그 외에도 비슷한 승경도놀이가 있다. 남승도놀이가 명승지를 여행하는 조선판 부루마블이라면 승경도놀이는 조선시대의 수많은 관직의 등급과 명칭을 적어 하는 보드게임으로 조선판 인생 게임이라고 볼 수 있다. 조선시대 관리직의 수는 지방까지 합하면 3800명을 넘지 않았지만, 등급이 많고 칭호나 상호관계가 매우 복잡했기 때문에 주로 양반집 자제들이 즐겨하던 놀이로 어릴 때부터 관직을 이해하기 쉽고, 관직에 대한 체계적인 관념을 자제들에게 배울 수 있도록 교육적 목적으로 제작되었으며 관직의 포부를 키울 수 있는 놀이였다. 야사의 기록에 따르면 승경도를 만든 사람은 하륜으로 기록되어 있으며 처세의 달인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아마도 그가 조정 사내 정치를 겪으며, 느낀 부분을 승경도놀이로 표현한 것 같다.
승경도 놀이판에 300여개의 칸을 만들어 관직의 이름을 써놓고 남은 공간에 놀이의 규칙이 적혀있는데 관직의 수가 너무 많아 모두 써넣기도 어렵기도 하고 다 써놓을 수 있다 한들 다 적었을 경우 놀이의 긴장감이 떨어져 지루해지기 쉬워, 칸에 따라 주요 관직만을 적어 배치했다. 중앙부터 정1품을, 그다음 종1품을 중앙에 멀어질수록 관직을 차례대로 낮아지게 적어 맨 끝에는 종9품이 오게 한다. 함께할 수 있는 인원은 4-8명이 적당하고 두 팀으로 나뉘어 게임을 시작한다. 처음 시작할 때 윤목을 두 번 굴려 출신을 정한다. 처음 윤목에 따라 출신의 큰 구별을 정하는데 문과 출신, 무과 출신, 산에 숨어 공부만 하다가 나라의 부름을 받아 벼슬에 오르는 은일 출신, 과거에 붙지는 못했지만 벼슬을 사는 남행 출신, 군대에서 복무하는 군졸 출신, 이렇게 다섯 가지로 나뉜다. 두 번째 윤목은 출신의 작은 구별을 정하는데 3년마다 한 번씩 정기적으로 치는 과거로 식년과와 경사가 있을 때 임시로 보는 과거인 증광과를 정한다. 그 외에도 더 디테일하게 은일 출신의 경우 한번 부름을 받았는지, 두 번 받았는지를 구분하고, 남행 출신의 경우 생원이나 진사, 과거의 합격 또는 불합격을 구분하고, 군졸 출신의 경우 갑사, 정병으로 구분한다. 큰 출신이 결정되면 출신에 따라 각 색의 말을 나누어 가진다. 문과 출신은 붉은 말, 무과 출신은 푸른 말, 은일 출신은 노란 바탕에 붉은 테를 두른 말, 남행 출신은 노란 말, 군졸 출신은 흰 말이다. 이 정도 정해지면 그때부터는 자기 출신의 칸에서 벼슬살이를 시작한다. 누가 가장 높은 자리에 올라가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되는데 윤목이 계속 1이 나오면 오히려 강등과 파직이 되기도 하고 심지어는 유배나 사약이 나올 수도 있다. 사약에 이르면 당연히 놀이에서 지게 되고 놀이에서 빠져야 한다. 이러한 부분에서 조상님들의 센스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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